I'm not THERE
- Posted at 2008/07/21 20:11
- Filed under Review/Movie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린 것이 반년 이상. 혹여 국내에 개봉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 개봉을 해도 내가 모르는 새에, 모르는 극장에서 아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영화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나만 빼고 다 즐거우면 어떻게 하나.. 라는 이기심. 이런 자질구레한 감정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는 동안, 어느덧 예매표는 내 손에 쥐어져 있었고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반차 계획서 사유에다 '영화보러 갑니다' 라고 당당하게 써서 제출하고, 상영 마지막날 마지막 시간의 영화와 함께 했다. (사실. 남들 대부분이 모르는 데, 나만 이런 좋은 영화를 보고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기도 하다 -_-;;)
예상했던 대로, 아담한 극장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유작으로 남겨진(다크 나이트 포함) 히스레져의 추모식이 되는 것 같았다. 히스레져가 등장할 때마다 극장은 술렁였고, 여성 관객들은 숨을 고르고는 했다. 벤 위쇼, 리차드 기어, 케이트 블랑쉐, 크리스찬 베일의 주연들. 벨벳 골드마인의 감독 토드 헤인즈의 화려한 라인업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이런 상영관의 분위기는 또 뭐 어떠랴. 이런 부분도 영화를 보는 한가지 방법이고, 즐거운 경험인데. 히스 레져의 연인이자, 그 두 아이의 엄마인 샬롯 갱스부르가 한 스크린에 나오는데... 이런 네러티브한 구성에 뭐 이런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것인지... 아주 낯선 감정이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데, 왜 자꾸 날 평가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것 때문에 매우 괴롭다' 라고 밝힌 어느 인터뷰가 기억이 난다. 왜 자기는 하고 싶은걸 마음대로 하고 있는데, 자꾸 귀찮게 간섭하는가? 라는 논리다. 왜 자꾸 자신의 노래에서 사회 비판을 찾고 사회 저항을 찾고, 그 것을 정치에 이용하려하기 까지 하는가에 대해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그 시작의 끝은 그의 자살로 끝이 났고 말이지... 사실 그의 죽음까지도 아직 자살이냐 타살이냐 말이 많은데, 아직 그래서 커트 코베인은 지하에서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죽고나서도 남들의 의미없는 추측과 질타의 세례를 받는 신세라니...위대했지만, 불행하다.
영화는 위 사례와 같은 부분을 요목조목 찝어낸 듯한 느낌으로 여러가지 시선과 여러가지 상황으로 스크린 위로 밥 딜런을 뿌려내고 있다. 니들 멋대로 날 평가하고 판단하지마! 라는 메세지가 온 극장 사방 천지에 흩어지는데, 토드 헤인즈는 마치 '내가 본 밥 딜런은 딱 이런 느낌의 사람들' 이라는 구성으로 영화를 제작했으니 그 깊이와 의도를 진즉 파악하지 못하면,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럽고 산만한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래도 그나마 예습을 제법 하고 간 나는 덕분에 좀 볼만했다... 라는 정도일까.
6명의 배우가 서로 다른 밥딜런을 연기하고 있고, 이 서로 다른 밥딜런이 서로 다른 느낌으로 서로 다른 해석에 의해 서로 다른 케릭터를 일맥의 느낌으로 완벽하게 구성해내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일대기나 전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재해석이니까.
나오는 모두가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정도지만, 케이트 블랑쉐의 남장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황홀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밥 딜런스럽게' 연기를 한 배우가 아닐까 하는데, 아무렴 어때. 위 6명의 배우 모두가 훌륭한 연기로 밥 딜런을 소화해 냈으니 경쟁의 대상은 아니지 않나. 거기에 더해, 벤 위쇼의 '각성제로 버틴 한달'을 위한 연기. 직접 보지 않고는 절대 모를거다. 흐흐흐- 나는 08년도에 너무나 대단한 것을 보았다. 마이클 조던이 플레이를 하던 NBA 시즌을 직접 볼 수 있었던 시대에 살았던 것과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나는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천재는, 진짜 천재가 아니라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이지만, 최소한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것에 대해 절대 진리를 부여하고 있고, 30년 남짓 살아오면서 이 것을 뒤엎을 만한 비슷한 정도의 사례를 보거나, 그런 소문 따위도 들어보지 못했었다. 이런 의미로 놓고 볼 때에, 밥 딜런은 천재다. (그를 이렇게 표현한 토드 헤인즈도 역시) 그 천재성을 백분 활용해 그가 하고 싶은 음악과 노래를 가사와 멜로디에 모두 담아냈다. 세상 그 무엇을 위한 음악도 아닌 자신을 위한 음악을 말이다.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도, 심지어 히피들의 문화를 대변하고자 한 것도 아니었다. 나를 제발 규정하려 하지마라. 라고 고뇌하는 그이의 삶을 한 컷 한컷 차례로 완벽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이런 구성을, 영화는 쉽고 친절하게 표현해주지 않는다. 게다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이 영화가 던져주는 결론도 없고, 메세지도 없으며, 답도 없다. 그게 이 영화다. 단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62년부터 06년까지 발표한 52개의 앨범들에게 힘겹게 얻을 수 있거나,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거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음악을 들어라.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그의 앨범을 느껴라. 그 것이 이 영화를 내 마음속에서 완성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그 것이 아니며 I'm not there
나는 그가 아니다. I'm not there
나는 그녀도 아니며. I'm not there
나는 여기에 없다. I'm not there
그리고 나는. 거기에 없다. I'm not there.
씨네큐브광화문 2관.
혼자가서 보다.
...너랑 꼭 같이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Posted by X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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